창립자의 말씀

NS 137 말씀의 지혜는 그 치욕스런 십자가의 수모를 원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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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NS 137
십자가에서 당한 수모.
십자가에서 당한 수모가 한없이 치욕스러웠을지라도 육화하신 말씀의 지혜는 그것을 원하셨습니다. 지혜께서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비하되기를 원하셨을 뿐 아니라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 역시 십자가를 지기를 원하십니다. 세상의 어리석음에 대한 말씀의 지혜, 십자가의 어리석음에 대한 세상의 지혜, 이 대조가 번쩍이는 섬광처럼 내 영혼 앞에 드러났습니다. 말씀의 지혜는 육화를 갈망하십니다. 말씀의 지혜께서는 육화하신 지혜의 인격 안에서 자신을 우상화하려는 인간 본성을 없이하시고 하느님께 속한 것을 하느님께 되돌려드리기 원하십니다.

여기서 나는 죄란 다름 아닌 지상의 것 때문에 하느님을 버리고 스스로 자족하려는, 거역하려는 본성임을 태양처럼 찬란하게 봅니다. 십자가와 수모는 우리로 하여금 땅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하느님께 다시 올라가게 해줍니다. 사랑의 십자가, 그것은 이 땅에 유배된 사람과 영원하신 지혜의 일치입니다. 그것은 사랑을 빼앗긴 사랑입니다. 그것은 세상의 어리석음에서 우리를 떼어내시는 지혜입니다. 십자가는 세상의 지혜로부터 우리를 멀리해 주는 사랑의 어리석음입니다.

내 결심은 십자가의 사랑을 원하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지혜를 찾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십자가를 원하는 것, 그것은 지혜와 나를 일치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십자가를 그리 사랑하지 않습니다만 십자가를 더 많이 사랑하지 않는 것이 어리석다는 것은 압니다. X…의 편지를 읽으면서 잠깐 힘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사랑에 차서 사랑께 의탁드림을 통해 곧 이 실망감을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884년 1월 18일)

 - 지혜 : 말씀, 육화하신 말씀의 지혜라는 호칭에서 보듯, 모두 성자 그리스도의 또 다른 호칭이다. 이 지혜는 십자가의 수모가 아무리 심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십자가의 비하를, 육화하시기를, 그를 통해 하느님의 것을 하느님께로 돌려드리기를 원하셨다. 말씀께서는 자기 행위의 결과-십자가의 치욕-를 충분히 아시고 육화와 십자가의 죽음을 선택하셨음을 통찰한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자신만을 숭배하는 것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것을 하느님께로 돌려드리는 길임을 아셨기 때문이다. 지혜이신 말씀에게 해당하는 동사들이 원하다, 갈망하다 등임을 주목하자. 사랑은 상대를 위하여 --- 하기를 갈망하고 원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힘임을 보여준다. 이것이야말로 세상의 지혜와 대비되는, 말씀의 지혜인 것이다.

- 둘째 단락에서 마리 드 라 빠시옹은 십자가와 수모에 대한 생각을 더 발전시켜간다. 말씀께서 자신을 비우셨다면, 죄는 그 반대의 행위이다. 즉 “지상의 것 때문에 하느님을 버리고, 스스로 자만자족하고, 하느님을 거역하려는 본성”이 죄라는 것이다. 스스로 만족하여 하느님이 필요 없다는 듯 생각하는 태도, 지상의 것을 선택하는 것, 결과적으로 하느님을 거역하는 것이 죄라면 십자가와 일상에서 만다는 수모, 치욕은 우리를 지상의 것에서 등 돌리고 하느님, 즉 본질적인 것에로 돌아서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모든 것이 잘 되어갈 때는 하느님을 생각하지 않다가 고통에 부닥쳤을 때 하느님을 생각하고, 매달리는 것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보는 현상이다. 마리 드 라 빠시옹은 삶에서 만나는 십자가의 이 측면을 명확하게 보았고, 그랬기에 소극적으로 견디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십자가야말로 우리를 하느님께로 되돌아서게 하는 王道임을 확신한다.

- 셋째 단락은 이 묵상의 결심 부분에 해당한다. 본성적으로 십자가가 달갑지 않은 것은 마리 드 라 빠시옹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십자가에 대한 이러한 묵상-그 기초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 찬 자기 비움이요, 영성생활에 있어 십자가의 역할-은 그로 하여금 십자가를 사랑하자고, 십자가를 만날 때 사랑하는 마음으로 예수님의 십자가와 일치하자고 결심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은 곧 실행되었다. 누군가의 편지가 그를 괴롭게 했으나 되도록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느님과 일치하며 이 십자가를 받아들임으로써 이 실망감을 극복하려고 한다. 최근에 만난 십자가에 대해 내가 어떤 태도로 반응했는지를 살펴보고 같은 자세로 십자가를 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청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