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자의 말씀

수난 당하신 예수님과의 일치

작성자 수녀회 조회조회 3,755

본문

NS 16
예수님과의 일치! 신랑은 신부를 잃어버리지 않으실 것이며 신부도 신랑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확실한 것은 이것 뿐, 그 나머지는 모르겠습니다. 수난 당하신 예수님과의 일치! 신랑의 이름은 참으로 신부의 이름이요, 신랑은 곧 신부입니다. 이것이 나에게 있어 영성체입니다. 나는 끊임없이 이러하기를 바랍니다!
성체는 하느님 자체이시며, 순수함과 거룩함 자체입니다. 내 보화 중의 하나인 준주성범의 이 장에서 말하는 것처럼 내가 거룩하고 순수한 제병의 상태로 있지 않고는 절대로 성체를 받아 모시지 않을 것입니다.
순명에 대한 사랑은 다른 모든 것을 포함합니다. 이 사랑이 바로 성체의 제물이신 분을 바치게 한 사랑이니, 나도 그분과 함께 바쳐지게 하소서! 두려움에 떨게 하는 사랑과 고통의 신비, 이 신비가 최후의 만찬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 이 순간도 실현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몸과 피가 내 몸과 피가 되고, 내 희생이 그분의 희생과 일치를 이루게 하소서!  (1882년 9월1일)

1) 일치는 이 글에서 1) 예수님과의 일치 2) 수난 당하신 예수님과의 일치 3) 예수님의 살과 피가 내 살과 피가 되는 일치로 나타난다. 이는 신랑과 신부가 이루는 일치, 즉 결정적이고도 지속적인, 부부관계만큼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일치이다.
참조 : 나의 연인은 나의 것, 나는 그의 것. 그이는 백합꽃 사이에서 양을 치고 있네.(아가 2,16)
  서로의 것이라는 이 문구는 히브리어 본문에서 단 네 단어로 표현된다. “도디 리 와아니 로”(dodi li waani lo). 이는 마치 사랑의 입김이요 숨소리와 같으며 세 차례 반복되는데 항상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다.(6.3:7,11) 이는 에덴 동산에서 남자가 “네 뻐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창세 2,23) 하고 외치는 사랑의 첫 노래를 여성의 입으로 다시 발설하는 것이다. 폭력을 쓰거나 강요함 없이 서로가 상대를 위해 충만히 존재한다는 기쁨의 환호이다. 여기서 여자는 연인이 “백합꽃 사이에서 양을 치고 있다”고 말하는데 ... 이는 부드러우면서도 친밀한 영혼의 관계를 가리키는 듯 하다.(임은 나의 것, 나는 임의 것, 아가서 해설 엘레나 보세띠 지음, 박요한 영식 옮김, 성바오로 출판사,2002. 72-73쪽 참조.

2)  마리 드 라 빠시옹에게 신랑이신 예수님과 자신과의 일치만은 확실하다. 예수님도, 자신도 그 일치를 원한다. 그러나 그것이 어떻게 실현될지는 모른다.

3) 영성체란 단지 성체를 받아모시는, 일회적 행위가 아니다. 마리 드 라 빠시옹이 생각하는 영성체는 예수님과의 이 결정적이고 지속적인 일치의 행위이다. 이 일치는 위의 각주에서 살펴보았듯, “부드러우면서도 친밀한 영혼의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다.

4) 준주성범 제 4권은 성체성사에 대한 장으로서, 특히 성체성사를 잘 준비하고 합당한 자세로 성체를 받아모실 것을 강조하고 있다. 마리 드 라 빠시옹에게 성체는 하느님 자체이시며 순수함과 거룩함 자체이시다. 그러므로 이러한 하느님을 모시기 위해서는 자신 또한 순수하고 거룩한 제병의 상태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영성체가 단순히 일회적인 행위가 아니므로(위에서 보았듯이) 순수하고 거룩함 자체이신 하느님과의 친밀한 일치를 위해서는 그에 상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5) (하느님 뜻에 대한) 순명의 사랑은 다른 모든 덕을 포함한다. 사실 사랑의 절정은 자기 의지를 하느님 뜻에 일치하는데 있고, 이 절정의 사랑을 성자께서는 당신 존재와 말과 행위와 십자가 사건으로 보여주셨다. 그리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하느님께 대한 순명을 성체 안에서 연장하시어 인간들 가운데 현존하신다. 성체를 통하여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사랑과 고통의 신비를 이 순간까지 계속하고 계시는 것이다. 인간이 이러한 경지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바치는 것은 그리스도의 신비에 일치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 일치는 그리스도처럼 사랑과 고통의 신비에 참여함을 의미하므로, 황홀하지만 두려운 것이 인간의 당연한 반응이다.

5) 영성체에서 신랑과 신부의 친밀한 일치를 읽어낸 마리 드 라 빠시옹은 준주성범에서 감화를 받아, 성체에서 하느님 자체의 현존, 그리고 아버지께 대한 사랑에 찬 순명으로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성체가 되기까지 자신을 희생하신 제물이신 그리스도의 현존을 관상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상은 다시 영성체를 통하여 실제로 이루어지는 그분과 나 자신과의 친밀하고 결정적이며 지속적인 일치에 대한 바람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