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자의 말씀

마리아의 사명을 보았습니다.

작성자 수녀회 조회조회 4,113

본문

NS 24
나는 다시 한 번 이 아름다운 마리아의 사명을 보았습니다. 그 사명이란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이 지상에 사랑과, 사랑의 열매인 평화를 돌려주는 것입니다.
나는 참된 힘, 사랑을 가지고서 십자가를 통하여(죄 때문에 십자가가 필요해졌으므로) 이 지상에 사랑을, 그 열매인 평화와 함께 돌려주는 이 아름다운 동정녀를 다시 한 번 보았습니다.
나는 동정녀를 통하여 하느님의 은총을 본 듯합니다. 이 은총은 인간의 후손으로 인하여 그 효과가 감해졌습니다. 애덕이 없으므로 평화도 없는 것입니다.
신부님, 평화가 사랑의 열매라는 것을 보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나는 하느님께서 동정녀를 통해 당신이 주신 은총이 그 온전한 효과를 되찾고, 더 확장되기를 원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1882년 12월 29일)

1) 라파엘 신부님과 함께 했던 피정이 끝나고 나서 한동안의 공백이 있다. 라파엘 신부님은 영적지도를 맡은 마리 드 라 빠시옹을 보다 더 잘 알기 위하여 매일의 묵상을 적어달라고 요청했다. 12월 29일에 다시 매일의 묵상 기록이 이어진다.
  이 기도문을 구체적인 상황에 놓고 이해하기 위하여 1882년 9월과 12월 29일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0월 4일, 마리 드 라 빠시옹과 마리 드 생뜨 베로니끄 수녀가 아라첼리에서 프란치스칸 삼회원이 되고, 이날 처음으로 베르나르디노 신부님과 만난다. 10월 21일 벌써 프란치스코 회원으로서 레오 13세 교황을 알현한다. 전체 공동체가 참여한 이 알현이 아마도 잠잠하던 반대파들의 경각심을 일깨운 것 같다. 머지않아 이 반대의 결과가 드러날 것이다. 마리 드 라 빠시옹은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단지 자신만이 아니라 수도회 자체가 프란치스칸이 되게 하기 위하여 총장 신부님과, 그를 통해 교회 고위층과 접촉하고 있었다. 11월 15일, 마리 드 라 빠시옹이 이에 관하여 교황 레오 13세에게 직접 쓴 편지를 베르나르디노 신부님이 전달했다. 이무렵 총장신부님은 마리 드 라 빠시옹에게 본회 창립에 대한 경위를 문서로 써달라고 요구했다. 마리 드 라 빠시옹은 이에 순명했고, 이를 읽은 신부님은 그 경위문 서두에 “좋습니다. 이는 진리이며, 진리는 승리해야 합니다.”라고 써서 돌려주셨다. 아마 이후로 총장님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11월 19일, 마리 드 라 빠시옹은 전체 자매를 프란치스칸으로 초대하는 공식 회람을 보냈다. 이같은 제안은 열광적으로 받아들여져서 우선 로마 공동체가 12월 8일에 가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준비 피정은 마리 드 라 빠시옹 자신이 시켰다. 그 유명한 “가난에 대한 삼일 피정”이 그것이다. 원래는 베르나르디노 신부님이 비아 페루치오로 오시어 공동체의 가입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나 사정이 생겨 오시지 못하는 바람에 마리 드 라 빠시옹은 이상한 예감을 받기도 한다. 12월 24일 밤, 성탄 자정 미사 허락이 내리지 않았다. “우리는 성탄 자정 미사를 드리지 못했다. 파리에 부탁한 아기 예수상도 도착하지 않았다. 이처럼 슬픈 성탄을 지내기는 처음이다.”라고 마리 드 라 빠시옹은 썼다.

2) 전체 기도가 “보았다, 다시 보았다, 보는 것 같다”는 동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나는 다시 보았다. -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지상에 사랑과, 사랑의 열매인 평화를 주는 마리아의 아름다운 사명을
                  - 그 사명을 참된 힘과 사랑을 가지고서 행하는 아름다운 동정녀를
나는 본 듯하다. - 동정녀를 통하여 하느님의 은총을
              - 하느님이 주신 은총이 인간의 후손으로 인해 그 효과가 감해진 것을(인간 안에 있는, 은총에 대해 저항하는 힘을 말한다.)
              - 애덕이 없으므로 은총도 없다는 것을
보는 것이 아름답다. - 평화가 사랑의 열매라는 것을
나는 보았다. - 하느님께서 동정녀를 통하여 당신 은총이 그 충만한 효과를 발휘하기를 원하시는 것을.
            - 더 나아가 그 은총을 더 넓게 확장하기를 원하시는 것을.
          (아마도... 마리아의 전교자들을 통하여. 그러므로 마리아의 전교자들의 사명이 바로 이것이다.)

3) 평화는 사랑의 열매이다. 그러므로 사랑이 없을수록 평화도 없는 것이다. 하느님은 이 세상에 이 평화를 주기를 원하시며 인간에게 은총을 주셨다. 그런데 인간은 원죄로 인하여 이 은총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애덕도, 그 결과인 평화도 결여된 이유이다. 마리아를 통해 하느님의 구원계획, 즉 지상에 사랑과 평화를 주시려는 계획이 이루어진다. 동정녀 안에서 하느님의 은총은 아무 저항 없이 그 충만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었으므로(그분의 순명을 통해) 마리아를 통해 이 은총은 세상에로 더욱 확장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마리아의 사명은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지상에 사랑과 평화를 주는 것이다. “나는 보았다”고 후렴처럼 되풀이되는 구절이 하느님과 마리아, 그리고 마리아를 통한 하느님과 인류와의 관계를 관상하고 있음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