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비움의 아름다움이 내게 비쳐졌습니다.
본문
NS 32
나는 “들에 핀 나리꽃들을 지켜보아라.”(마태 6,28)라는 말씀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나는 다시 한 번 마리아께
푹 감싸져 있는 나를 보았습니다. 예수님의 가난한 소녀가 되어서! 그분께서 당신 자신의 피에서 솟아난 작은 나리꽃 가지를
보여주시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그 나리꽃은 더 이상 나리꽃 자신이 아닙니다. 사랑이 모든 것을 태워버렸습니다. 가난은 완성되고,
나리꽃은 자신을 씻어주고, 싹트게 하며, 더 나아가 자신을 태어나게 해 준 예수님의 피라는 뿌리 외에는 그 어디에도 뿌리를
내리지 않습니다.
나는 나에게 너무나 친절하신 우리 주님을 보았습니다. 나 스스로를 얼마나 조배자로 느꼈던지, 내가 보는 것을
세상도 보게 하고 이해하게 하려는 갈망으로 불타올랐던지 ... 이러한 말씀이 내게 떠올랐습니다. “나는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감추고, 철부지들에게 드러내 보여준다.”(마태 11,25 참조)
티 없는 백합의 새순인 본회 자체와, 회원들 각자 안에서 이 조배자, 속죄자, 간구자인 백합이 간직되기를
갈망합니다. 이 백합은 마리아의 피 안에서 길어올린 예수님의 피 외에는 그 어디에도 뿌리를 내리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당신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합니다.”(요한 3,30 참조)라는 말씀 안에서 자기 비움의 아름다움이
내게 비쳐졌습니다. 작음이라는 단어가 나를 불태웁니다. 또한 나에게는 이 이름이 나의 세라픽 사부 또한 불태웠으리라 생각됩니다.
우리가 정말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기만 한다면!(1883년 2월 8일)
1) “들에 핀 나리꽃을 보아라...” : 예수님은 여기에서 무관심이나 무사태평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기도
안에서 표현되는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강조한다. 하느님은 모든 근심에서 자유롭게 해주시는 천상 아버지이신 것이다.-TOB
2) 첫 단락 : 마리아와의 일치를 통한 변모
- 다시 한 번 마리아에 감싸져 있음을 보았다. 그것은 예수님의 가난한 소녀가 된다는 말이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당신 피에서 솟아난 작은 나리꽃 가지라는 것을 보여주신다. 이 나리꽃은 사랑으로 정화되어 예수님의 피, 즉 예수님의 희생제사로써
씻어지고, 싹이 트며, 새로 태어난다. 이 나리꽃은 예수님 안에서 구원을 체험한 마리 드 라 빠시옹 자신이기도, 십자가 위에서
태어난 교회이기도 하다.
3) 둘째 단락은 첫째 단락, 즉 구원 체험의 결과이다. 나는 스스로를 하느님 영광을 경배하는 자, 조배하는 자라
인식하고 이 세상이 자신이 보는 것을 보고, 이해하는 것을 보고 싶은 갈망에 불타오른다. 그러니까 구원을 체험한 이는 하느님
영광을 경배하고,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자신이 체험한 것을 선포하려는 갈망으로 불탄다. 선교는 실상 내가 보고, 체험한 것을
세상도 보게 하려는 갈망의 결과이다.
4) 셋째 단락 : 자신의 구원체험과, 그 결과로 일어나는 갈망을 확장된 자아인 본회에도 전달하고 싶다. 본회는 티 없는
나리꽃이 되어서 조배자, 속죄자, 간구자라는 정체성을 구현하기를 바란다. 참된 조배자, 속죄자, 간구자가 되려면 예수님의 피
외에는 아무 뿌리도 갖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은 마리아의 방식이다.
5) 마지막 단락에서 기도는 다시 겸손, 가난, 자기 비움, 작음..... 프란치스칸 정신으로 돌아간다. 그에게 작음은
“우리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것을 깨달은, 하느님 앞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이 작음과 가난에 대한 열정이 자신 안에서
불같이 일어남을 느낀다. 구원체험과 그 결과로서의 선교에 대한 갈망, 그리고 작음이라는 프란치스칸 가치가 이어진다.
6) 성경에 나오는 “그리스도의 피”의 의미-TOB
- 1요한 5,6 : 그분께서 바로 물과 피를 통하여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물만이 아니라 물과 피로써 오신
것입니다. 이것을 증언하시는 분은 성령이십니다. 성령은 곧 진리이십니다.(물은 예수의 세례요, 피는 십자가 위에서의 죽음을
상기시킨다. 물과 피는 요한복음 19,34절의 이야기와 연관된다. 요한복음 19장 34절은 요르단강에서 드러나신 영광스러운
그리스도(물)와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인간 예수(피)를 분리시키려는 이단에 대한 경고이다. 요한은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신
예수의 희생 제사가 실제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성령의 증언에 대해서는 성령이 신앙인들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지식으로 인도해준다는
말이다. 예수께서 가져온 진리가 성령을 통해 교회 안에 전달되고 현존하기 때문에 성령 또한 진리이다.
- 요한 19,34 : 요한은 예수의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피에서 성령의 선물의 표징을 본다. 물은 세례 성사요, 피는 성체
성사의 상징이라 보는 이도 있고, 어떤 이는 여기서 새로운 아담의 옆구리에서 나온 새로운 이브, 교회의 탄생을 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