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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선교 이야기 - 문애경 세라피나 수녀, 요르단 선교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5-14 조회조회 9,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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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교황청 전교기구 한국지부 간행물 <땅끝까지>에 실린 문애경 세라피나 수녀님의 글입니다.


<요르단 속 작은 위안처>
                                      - 문애경 수녀, 요르단 선교

   요르단은 이슬란 국가로 국민의 90%가 수니파이며, 6% 정도가 그리스도교 신자입니다. 이곳은 주변 국가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이다 보니 중동을 비롯한 아프리카 지역의 난민이 많이 들어옵니다. 아랍어 공부를 마친 후 요르단 까리따스에서 자원봉사자로 지낸 1년 남짓의 시간은 난민의 현실과 함께 이라크인, 시리아 그리스도인 난민의 대상으로 사도직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 난민은 이곳에서도 소수자 중의 소수자입니다. 저희는 외부 지원을 받아 그들에게 난방 용품, 식료품, 의료비, 학비 그리고 영유아들을 위한 분유 등의 물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 여성과 청년, 어린이를 위한 기도 모임이나 청년 피정, 어린이 여름 캠프 등의 영적 지원 프로그램도 함께합니다. 가정 방문 또한 아주 중요한 선교 활동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난민과 현지인을 가릴 것 없이 수도자들의 방문 자체를 위로이자 축복으로 여깁니다.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과 직장, 재산 모두를 단지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빼앗긴 채 내몰린 난민 가족을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방문하는 가정마다 얼마나 기막히고 아픈 이야기들이 있는지 짧게나마 나누고자 합니다.

   어느날 갑자기 무장한 이들이 요셉의 집으로 들이닥쳤습니다. 일주일 안에 집을 떠나라고 통보한 그들은 며칠 후 또다시 쳐들어왔습니다. 요셉 가족이 조금의 말미를 달라고 하자 그들은 갓난아기를 빼앗으려고 했습니다. 이에 맞서자, 무장한 이들이 옆에서 끓고 있던 주전자의 물을 아기에게 뿌려 전신 화상을 입혔습니다.
   위삼 형제는 무장 단체에게 잡혀가 몸을 펼 수도 구부릴 수도 없는 작은 구덩이에 3일간 갇혀있었습니다. 납치를 말리던 부인 품에는 어린 아들이 안겨있었는데, 괴한들이 부인을 뿌리치며 몸싸뭄을 하는 과정에서 아들을 잃었습니다. 위삼 형제는 미군과 정부군에 의해 구출되었지만, 고문까지 당한 형제는 아직까지 그 후유증을 안고 살아갑니다. 너무도 힘든 상황이지만 그들은 항상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가족 간의 돈독한 사랑이 서로를 잘 지탱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가족들이 비슷한 아픔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굳건한 신앙으로 하느님께 철저히 의탁하며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16년이 넘도록 진행하고 있는 어린이 여름 캠프는 공동체의 큰 연중 행사입니다. 참가자들은 경제, 사회적 이유로 바깥 활동이 쉽지 않거나 공립 학교에 다니는 가톨릭 아이들입니다. 요르단 공립 학교에는 그리스도교 교육 과정이 없습니다. 가톨릭 아이들은 코란 수업을 들어야 하거나, 혹은 그 수업 동안 교실 밖에서 기다려야 합니다. 저희는 이 아이들을 위해 캠프에서 가톨릭 교리와 기도를 가르칩니다. 아이들은 일주일간 함께 숙식하며 친구도 사귀고,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생활 예절과 질서를 배우며 서로 봉사하는 마음을 키워갑니다. 캠프에서 빠질 수 없는 장기 자랑과 다양한 예체능 활동 또한 매일 이어집니다. 결코 충분한 시간은 아니지만, 이 일주일을 한 해의 유일한 휴가인 것처럼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 다음 캠프를 준비할 힘이 솟아납니다.
   두렵고 막막한 현실에 놓인 이곳 형제자매들에게 가톨릭은 작은 위안처, 혹은 한밤에 찾아와 두드릴 수 있는 친구 집의 문 같은 존재입니다. 어려움이 가득찬 삶 안에서도 하느님께 늘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형제자매들의 굳건한 신앙에 감탄하게 되며 오히려 그분들이 저희를 바로 서게 합니다. 영적, 물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께, 그리고 하느님 섭리 안에 작은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