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 이야기] 사도직 이야기 - 이영주 스텔라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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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 때려잡은 일]
공부방 옆집은 사람이 살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 집 할머니는 집을 버려두고 도회지 아들네 집으로 가버리셨다. 그 집 마당이랑 공부방은 야트막한 담 하나 사이인데, 어른 허리까지 자란 풀이 공부방 담벼락에 걸쳐 있곤 했다. 어느 날,
아이들: 꺄~아~ 악! 수녀님, 수녀님, 쫌 나와 보세욧!
나 : 왜 그래? 뭔 일이냐?
아이들: 저기, 쩌어~기, 뱀이 있어요.
진짜 뱀이 공부방 담 밑에 엎드려 있다.
아이들: 엄청 길어요! 무서워요, 독 있으면 어떡해요?
수녀님, 수녀님, 우리 물리면 다 죽는 거예요?
나 : 속으로는 (꺄~아~ 악! 사람 살려!),
(그러나 겉으로는 태연하게) 죽기는 왜 죽어. 어디 보자.
얘들아, 일단 공부방 안으로 들어가! 얼른!
아이들은 안으로 들어가진 않고 마당 반대편에 서서 내가 어쩌는가 보고 있다.
119를 부를까? 기다리는 동안 뱀이 공부방 마당 안쪽으로 쑥 들어오면 어떡하지?
이 일을 어쩌누? 아.......사람 살려!
나는 조용히 막대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뱀의 머리를 퍽! 내리쳤다. 작전은 이랬다. 뱀을 기절시켜서 옆집 마당으로 도로 던져 넣는 것이었다. 그러나 긴장한 나머지 힘 조절에 실패. 뱀은 미동도 않고 죽은 것처럼 보였다. 그 다음은 놀래서 작전이 꼬여버렸다. 이미 죽은 뱀을 막대기로 감아서 옆집 마당으로 던져 버린 것이다. 지금도 너무 미안하다. 그 뱀에게, 그리고 현장에서 살상을 목격하게 된 아이들에게. 제발 아이들에게 그때 일이 트라우마로 남아있지 않기를. 잘 설명하고 느낀 바를 말하게도 했지만 모르겠다. 그나저나 나는 개미 한 마리도 못 죽이는 겁쟁인데, 뱀을 때려잡다니! 그때 알았다. 엄마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다는 걸. 그리고 나도 (엄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그렇다는 걸.
글 : 이영주 스텔라 수녀 / 그림 : 유수진 젬마 수녀